[단독] 돈 빌린 뒤 개인회생…면책 결정에 채권자만 돈 떼였다

입력 2024-08-06 15:30 수정 2024-08-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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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8-06 15:2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지인에 총 4억9000만 원 빌린 뒤 협의로 개인회생 신청
2억6000만 원 면책…나머지 2억3000만 원도 면책 효력
법원 “원금 변제 서약은 약정에 불과…소제기 권능 상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돈을 빌려준 지인이 개인회생으로 채무를 면책받으면서 정작 채권자는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법원은 향후 원금을 갚기로 한 약정이 있었더라도, 이미 면책 결정이 확정된 만큼 더 이상 채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민사2단독 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채권자 A 씨가 채무자 B 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B 씨는 2010년 10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지인인 A 씨에게 38차례에 걸쳐 총 4억9000만 원을 빌렸고, 매월 5.1% 이율로 이자를 지급했다.

여러 채무가 누적되자 B 씨는 2019년 말 A 씨와 협의한 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

당시 B 씨는 차용증명서에 ‘불가피하게 개인회생을 신청하지만 원금 4억9000만 원은 개별‧지속적으로 상환하겠다’고 적었다. 단 개인회생 절차 기간(36개월) 동안은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급여 전액을 상환해야 하기에 회생이 끝나는 시점부터 원금 상환을 약속했다.

또 ‘회생절차에 따라 원금 중 2억6000만 원을 법적으로 탕감받더라도 A 씨에게 원금 4억9000만 원 전액을 상환한다’는 서약을 담아 차용 증명서를 나눠 가졌다.

이후 B 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면서 채권자 목록에 A 씨의 채권 원인을 ‘차용금, 2억6000만 원’으로 기재해 제출했다. 법원은 회생개시 결정을 내렸고, B 씨는 2023년 2월까지 변제를 완료해 면책 허가를 받았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A 씨는 지난해 6월 원금 및 이자 지급을 확실히 받자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주위적으로는 원금 4억9000만 원에 대해 약정 변제일인 2022년 11월부터 5.1%의 이자와 손해 지연금을, 예비적으로는 면책받은 2억6000만 원을 뺀 2억3000만 원에 대해 면책 이후부터 이자와 손해 지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대여금 채권은 약정에 따른 하나의 채권”이라며 “하나의 소송물인 약정에 따른 대여금 채권 중 나머지 2억3000만 원에 대해서도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록 약정에서 B 씨가 면책 결정을 받은 후 원금 4억9000만 원을 전액 갚기로 했더라도, 여전히 자연채무로서 존속하므로 임의 변제하겠다는 약정에 불과하다”며 “면책 결정이 확정됨에 따라 소제기 권능은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즉 여러 차례에 걸쳐 빌린 돈이 한 장의 차용증으로 묶인 만큼 하나의 채권으로 봐 나머지 부분까지 모두 면책됐고, ‘돈을 갚겠다’는 약정과 상관없이 면책에 따라 채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범진 변호사(새솔 법률사무소)는 “채무자가 악의적인 마음을 먹고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돈을 빌려준 채권자만 억울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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