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며 개혁적 성향을 숨김없이 표출해온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몇 년 전 논문에서 “재벌개혁 뿐만 아니라 관료 개혁을 통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관료개혁 역시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후보자는 독자적인 조직을 구축한 관료 세력이 재벌 세력에 의해 포획됐고 재벌 권력의 강화에 이바지했다며 재벌-관료 카르텔을 경제 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2010년 ‘경제와 사회’에 등재된 ‘민주적 시장경제의 한국 모형을 찾아서’ 제하의 논문에서 “재벌에 의해 포획된 관료조직이 조직의 이해관계에 치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이러한 (재벌로 인한 정부 역할의) 왜곡 현상이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논문에서 홍 후보자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고시제도와 정년제로 인해 관료들이 독자적인 조직을 구축해 민주 정부의 통치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관료 조직을 비판했다.
홍 후보자는 2012년 ‘창작과비평’에 실린 ‘2013년 이후 무엇을 먹고 살까’ 제하의 또 다른 글에서는 “87년 이후 정치권력의 임기가 5년으로 정해지자 재벌이 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관료들은 5년 단임 권력보다는 재벌이라는 영속적 권력과 잘 지내는게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대부분의 산업이 독과점화된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으로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수준”이라며 “관료 입장에서도 재벌에 밉게 비쳐봐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부 규제도 계속 약화되고 있다”며 정관경언(政官經言)의 유착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참여정부는 정치, 사회적으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경제 민주화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관료 집단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기존의 관료에 의한 경제운영방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재벌에게 포획당한 관료와 재벌과 관료에게 포위당한 개혁적 정부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 후보자는 과거 논문에서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하고, 박정희 정부를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과 비교하면서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경제정의실천연합 출신 진보적 경제학자로서, 현역 의원으로서 ‘재벌·관료 저격수’로 활약해왔다.
홍 후보자가 내달 초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앞으로 기업과 노동 측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부처 장관으로서 조정과 협력의 직무를 수행해나가야할 중책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장으로서 다른 부처와의 조정에 적극 나서야 할 후보자가 관료 조직에 대한 이같은 부정적 인식으로 장관 역할을 잘 수행해나갈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