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 한 달… 위기에 빛난 삼성 ‘시스템 경영’

입력 2014-06-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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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경영전면 활약… 전문경영진도 묵묵히 제 역할

가수면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10일 삼성서울병원,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달 11일로 입원 한 달째를 맞는 이 회장은 현재 손발을 조금씩 움직이고 하루에 7~8시간 정도 눈을 뜨고 있는 등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밤 심장마비 증상으로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이튿 날 자정께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당분간 경영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 회장의 급작스러운 입원 소식이 전해진 당일을 제외하고는 외견상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시스템 경영’, ‘이재용’, ‘긴장감’ 등 3가지 키워드가 꼽힌다.

총수의 건강 이상에도 경영에 큰 혼선이 없는 것은 삼성에 뿌리내린 고유의 시스템 경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경영 방향과 미래를 위한 투자 등 큰 틀만 지시하고 관여할 뿐 각 계열사별 CEO에게 경영 권한이 충분히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유기적으로 뒷받침해 온 만큼 총수 공백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챙기는 차세대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앞서 삼성SDI는 지난 4일 미국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공동으로 차세대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미 삼성SDI는 글로벌 메이커인 BMW를 비롯해 미국 크라이슬러, 인도 마힌드라 등과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여기엔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룹 내 완성차 사업이 없는 것은 물론, 전장부품 공급 사례도 많지 않던 삼성이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부문 협력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수 년간 글로벌 자동차 업계 거물들과 만나 자동차 배터리사업 협력을 약속했다.

이 회장이 지난 20여년간 삼성에 꾸준히 불어넣은 혁신에 대한 ‘긴장감’도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초격차 실현’, ‘한계 돌파’ 등 중장기 경영전략이 이미 수립되어 계열사·사업 재편 등 구체적인 계획들이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등 거침없는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은 전보다 더 빠른 더 큰 변화를 긴장감 속에서 흔들임없이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단 시간이 지날수록 이 회장이 직접 지휘했던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 분야는 다소 공백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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