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흘째 입원 중인 가운데 삼성그룹은 차분한 분위기다. 심장마비로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을 맞기는 했지만 심장 시술을 받은 이 회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만큼, 별 다른 동요 없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이 입원한 다음날, 매주 월요일 진행하는 팀별 주간회의를 그대로 진행했다. 수요일마다 개최하는 사장단 회의도 오는 14일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 회장이) 병원에 계시지만, 경영에 문제는 없다”며 “평소 하던 대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수의 건강이상에도 경영에 큰 혼선이 없는 것은 삼성에 뿌리내린 고유의 ‘시스템 경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초격차 실현’, ‘한계 돌파’ 등 중장기 경영전략이 이미 세워졌고, 이에 따른 계열사·사업 재편 등 구체적인 계획들이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유기적으로 뒷받침해 온 만큼 총수 공백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삼성에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면서 “삼성의 모든 조직은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에 총수 부재 시 다른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와병 소식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주요 외신도 삼성의 경영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며 이 회장의 건강 악화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애플은 전 창업주인 잡스가 창조와 혁신을 직접 주도해 왔지만, 삼성은 한 사람(이 회장)의 비전에만 의존하지 않는 거대하고 복잡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이 당분간 신병 치료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이자 일각에서는 그의 부재를 메울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삼성미래전략실장)을 주목하고 있다. 최 실장은 2012년 6월부터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이끌어왔으며,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의 ‘멘토’로 불릴 만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오전 급히 귀국한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회장의 상태를 확인한 뒤 업무차 회사로 복귀했다.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대책 마련을 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 이상에 따른 부재 상황은 곧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시험 무대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