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에서 출발한 ‘한라산 등반대’는 정상 백록담을 거쳐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18.3㎞ 코스를 장장 9시간동안 오르내렸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였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장 사장은 이 자리에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유니온스틸 임직원들은 2008년 오대산 55㎞ 무박2일 행군을 시작으로 2009년 설악산 대청봉, 2010년 지리산 천왕봉에 이어 이번 한라산 백록담까지 우리나라 3대 영산을 모두 정복했다.
장 사장의 형인 장세욱 회장이 경영을 맡은 모(母)회사 동국제강 역시 장 회장의 인솔 아래 오대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을 정복했다.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사장 형제는 ‘산’이라는 공통된 매개체 아래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그들이 산에 오른 것도 벌써 4년째다. 두 CEO는 왜 매년 산에 오르는 것일까?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장 회장 형제의 ‘등산경영’은 그룹 오너 가문의 종교적 내력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 일가는 전통적인 불교 집안이다. 창업주인 고 장경호 회장을 비롯해 3대가 모두 불교 신자다.
‘대원’이라는 법명을 갖고 있는 고 장경호 회장의 불심은 독실했다. 수시로 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 100일간의 수행정진에 들어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는 세상을 뜨기 직전 자신의 사재를 털어 대한불교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불교 대중화 운동에 심취했다.
장경호 회장은 절에 가기 위해 자주 산에 올랐다. 대부분의 명찰(名刹)이 산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산에 오를 때마다 아들 장상태 회장이 아버지와 동행했다.
창업주 장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장상태 회장도 절을 찾기 위해 산에 올랐다. 그도 아버지처럼 두 아들을 데리고 함께 산을 오르내렸다. 때문에 장세주-세욱 형제도 자연스럽게 산을 가까이 하게 됐다.
특이한 것은 두 형제의 취미가 등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를 가까이 하는 것은 대를 이었으나,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틈이 날 때마다 자주 산에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임직원들과 화합을 다질 때만큼은 산을 꼭 오른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두 CEO 모두 산에 갈 때는 회장·사장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신나고 당차게 산행을 한다”며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는 활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의 내력 때문에 익힌 산행이 이제는 회사의 조직력 강화와 임직원들의 건강 향상에 큰 도움을 준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