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무대행은 이날 자진사퇴 후 경기 과천 정부청사를 떠나며 “방통위가 정쟁의 큰 수렁에 빠진 참담한 상황에서 상임위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며 “하루빨리 방통위가 정상화돼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직무대행의 사퇴는 전날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25일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이 직무대행이 표결 전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도 사의를 수용했다.
대통령실은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구글·애플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조사, 플랫폼 자율규제법안 추진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현안이 산적했지만, 위원회 설치법상 안건 의결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인과 국회가 추천하는 3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된다.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방통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소 의결정족수가 2인이기 때문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방통위는 완전 공백 상태”라면서 “우선은 한시바삐 두 사람이라도 만들어져서 중요한 의결을 해야 하고 세 사람의 국회 추천 몫 상임위원 후보들이 빨리 추천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위원장이 되면 방통위 정상화가 1순위”라고 했다.
방통위는 당분간 조성은 사무처장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부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차관급인 만큼 이 부위원장이 사퇴하면 후임이 곧바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 2인 체제를 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위해서다. 이 후보자는 취임 동시에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한 후 야당이 위원장 탄핵을 추진하기 전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상황 속 방통위원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고 방통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플랫폼 패권 경쟁, AI 패권 경쟁에 한창인데 방송·통신·ICT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여야 정쟁에 희생양이 되면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탄핵과 자진 사퇴가 반복되면서 국민 피로감은 물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