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그쪽(SK하이닉스)에 물어보라. 나는 노코멘트.”(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18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만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두 사람 모두 표정 관리에 힘썼지만, 속내를 숨길 수는 없었다. 이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의 향방이 두 회사에 미칠 영향에 사뭇 다른 탓이다.
도시바가 오는 20일 SK하이닉스와 애플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도 분주히 셈법 계산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한다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단숨에 삼성전자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게 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애플과의 가격 협상에서 ‘갑’의 위치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온다.
18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20일 이사회를 통해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3국 연합과 본 계약을 맺을 방침이다. 도시바 측은 지난 13일 3국 연합과 메모리 사업부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애플은 컨소시엄에 최대 30억 달러를 제공하는 딜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인수금액인 2조엔(약 20조4500억원)의 약 16%에 달하는 액수다. SK하이닉스도 최대 15%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도시바가 계속해서 입장을 바꾼 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실한 것은 없다는 계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SK하이닉스 진영은 메모리 반도체 주 수요처인 애플을 끌어들여 이번 인수전에서 어느 정도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승리한다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 된다. 단순 점유율 계산으로 낸드플래시 세계 5위에서 2위로 올라갈 수 있고, 애플이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 애플에 대한 가격 협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애플은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 기업 중 하나다.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은 애플 제품 생산과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애플은 낸드플래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삼성전자에 추가 공급을 요청하는 등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은 애플에 대해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해 왔다. 애플이 SK하이닉스와 도시바라는 우군을 확보한다면, 삼성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