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뒤를 이을 후임자로 누가 선정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IOC 집행위원회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회장의 가족에게서 더는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간주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그의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현재 한국 스포츠 외교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대변할 위원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유승민 위원 한 명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문재인 대통령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국제 스포츠 기여 정도를 감안해 한국 위원 숫자를 3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할 만큼 IOC 위원의 위상과 영향력은 막강하다.
IOC 위원은 총 115명으로 개인 자격 70명, 선수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IF) 대표 15명,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몫 15명으로 구성된다. 이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IOC 총회에서 위원에 선출된 이후 무려 20년 이상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높여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1년 반 동안 170일간 출장 일정을 소화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각국 정상급들과 교류하며 맹활약을 해온 이 회장의 사퇴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와 스포츠계는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울만한 후보가 떠오르고 있지 않는 상황에 우려하고 있다.
한 때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최근 삼성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인사 중에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양궁협회장을 4회 지낸 정몽구 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오랜시간 활동하며 스포츠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 몫으로 IOC 위원직에 도전했으나 11일 발표된 최종 후보 9명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 2월 열릴 평창 총회에서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