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막대한 투자를 앞세운 공격경영과 맞물려 모든 계열사가 전방위적으로 M&A 매물을 검토하면서 지배구조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대기업 그룹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특검 수사로 굵직한 사업적 결정을 올스톱하고 방어적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SK그룹 전 계열사는 수백억 원대 코스닥 업체부터 조단위 글로벌 업체까지 인수 대상 기업 검토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재벌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자 SK는 주력 업종의 경쟁력 강화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이 같은 M&A 전략을 위해 지배구조 재편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반도체 분야의 성장을 위해 지배구조를 손질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그룹 내 손자(孫子)회사인 만큼, 투자와 M&A 등에서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모(母)회사의 배당 확대에도 불리하다.
최 회장이 M&A 행보의 본심을 드러낸 것은 2015년 사면 직후다. 그간 오너 부재 리스크와 시장 여건 등으로 번번이 M&A가 무산된 게 사실이다. 최 회장은 이를 만회하듯 경영 복귀와 동시에 주요 사업 투자 및 포트폴리오 재편에 두 팔을 걷었다. 지난해 OCI머티리얼즈, 동양매직 인수와 패션사업부 매각 등 대기업 기준으로 가장 많은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 들어서는 LG실트론 인수를 시작으로 미국 다우케미칼 화학사업부문, 일본 도시바 낸드반도체사업부문 등의 인수를 추진했다. 여기에 비주력 계열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솎아내기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에 대한 3자 매각 작업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SK가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ㆍ화학,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군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까다롭게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추진되는 것도 SK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