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세단에 힘을 줬던 현대자동차가 ‘싼타페’를 앞세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 싼타페를 추가 생산하기로 하면서 ‘쏘나타’, ‘엘란트라’ 등 세단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 SUV는 지난해 신차 판매량 중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인기에 부합해 싼타페와 투싼 등 현대차 SUV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미국에서 현대차의 싼타페, 투싼 등 SUV 판매량은 2014년 15만 대 수준에서 지난해 22만 대까지 성장했다. 반면, 쏘나타와 엘란트라의 세단 2종 판매량은 같은 기간 43만8000대 수준에서 40만7000대 수준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싼타페의 공급량을 기존 3만6000대에서 6만5000대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SUV의 수요에 발맞춰, 싼타페의 공급을 늘려 SUV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싼타페는 미국의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에서 10만여 대를 위탁 생산해왔지만,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서도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3만6000대의 싼타페를 포함, 엘란트라와 쏘나타까지 총 37만여 대를 생산했다. 설계상 생산 능력인 30만 대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세단 2종의 생산은 감축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도 있는 만큼, 세단 2종의 앨라배마 공장 생산 감소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곧 미국에 2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싼타페와 투싼을 필두로 미국 현지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SUV의 공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그랜저와 제네시스 G90, G80 등 인기가 있는 고급차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장이 필요하다는 것.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타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1년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31억 달러는 자율주행차ㆍ친환경차 등의 연구 개발을 위해 쓰일 것”이라며 “2공장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