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항체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 미국 진출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또 이르면 올 상반기에 미국에서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2년 회사 창립 후 14년 만의 쾌거다.
11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화이트오크 캠퍼스에서 열린 ‘관절염 자문위원회’에서 자문단 24명은 21대 3의 의견으로, 모든 적응증에 대해 램시마를 승인하라고 식품의약청(FDA)에 권고했다.
독립된 기구인 자문위는 FDA가 심사 중인 의약품의 품질·안전성·경제성 등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제공하는 기구다. 허가 자체를 직접 결정하지는 않지만, FDA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이 사실상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램시마가 오는 4월쯤 미국 시판 허가를 획득하면 세계 항체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미국 시장을 뚫은 첫 번째 제품이 된다. 램시마는 유럽에서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2013년 8월 판매 승인을 받았다.
램시마의 미국 시장 진출은 셀트리온에 수조 원의 매출을 보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램시마는 미국 얀센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와 효능이 동일한 복제약인데 레미케이드는 세계 매출 3위(2014년 기준·약 11조8000억원)의 의약품이다. 또 세계 최대 항체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램시마 관련 시장만 지난해 기준 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회장은 바이오산업이 미래 유망 분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만 있을 시절 실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시작은 2002년 셀트리온 설립이다. 이어 자금ㆍ기술력ㆍ제도 등 수많은 장애에 부딪혔지만 뚝심으로 버텨냈다. 현재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예견하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중소기업에서 대한민국 대표 생명공학회사로 등극한 셀트리온은 유럽에 이어 제약시장의 심장부인 미국까지 무서운 속도로 글로벌 시장 점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