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이어 가전제품 해외직구가 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직구 증가가 국내 가전기업의 매출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배송과 애프터서비스(AS) 등 여러 분야에서 쉽지 않은 난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전자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TV, 전자레인지, 커피머신 등의 가전제품의 배송대행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은 TV의 경우 지난 3개월간 배송 건수가 4850건으로, 지난해 해외직구 판매대수인 3450대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또 커피머신, 전자레인지 등도 15%가량 증가했다.
최근 한 인터넷 쇼핑업체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에 전자제품을 직접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는 19%로 의류ㆍ잡화(3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전자제품 해외직구 열풍이 TV 등 가전제품으로 옮겨붙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배송 중 파손에 대한 AS와 국내 제품가격 논란 등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품질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인 ‘월드워런티’ 기간을 단축하고 현지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LG전자도 올 4월부터 해외직구 제품도 국내서 AS를 받을 수 있게 조치했지만 역시 현지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해외직구와 국내에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해외 직구는 환불이 불가능하고 배송 중 파손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AS 요청이나 관련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 특히 해외 제품은 국내 제품과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국가에서 부품을 공수해와야 하는 등 AS 과정도 까다롭다.
또 국내 가전기업들은 최근 해외직구 증가로 해외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더 비싸게 판매한다는 불명예도 뒤집어 쓰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 발길이 줄어들고,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국내 영업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직영 판매점과 영업부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제조사와 직영판매점들은 커브드 UHD TV와 OLED TV 등 프리미엄급 TV와 생활가전의 가격을 낮추며 국내 소비자 붙들기에 나섰다.
국내 가전기업 영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매출이 크게 감소하거나 큰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해외직구로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앞으로 국내 영업에서의 타격이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