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 많이 했죠. 놀고 먹는 국회의원 욕도 많이 했습니다.” 회사원 K씨(42세·서울)은 추석 연휴기간 가족들과의 대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K씨를 포함한 많은 시민은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국회에 대한 비판이 주된 화제가 됐다고 답했다. 또 일부 직종에만 한정된 대체휴일제 혜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됐다.
정치권을 향한 추석 민심은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는 게 시민과 여야 정치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시민들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정국이 장기화하면서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 모습에 대해 실망을 쏟아냈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이면서도 국회의원 전원이 추석상여금 명목으로 1인당 387만8400원을 받아 갔다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많았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K씨(48세)는 “국회의원이 받은 추석 보너스가 웬만한 월급쟁이 1~2개월치 월급 아니냐”라면서 “정상적으로 일하고 받았다고 해도 탐탁지 않을 판인데, 싸움박질만 하면서 그 돈은 챙겨갔다는 게 보기에 참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K씨는 국회에서 민생법안이 계류 중인 상황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올해 추석 처음으로 시행된 대체휴일제도 많이 회자한 이야깃거리다. 관공서, 공공기관, 은행, 병원, 일부 대기업 종사자들은 혜택을 보았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해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 혜택을 받지 못한 시민들은 “급여나 복지 수준도 대기업보다 열악한데 이제 쉬는 날까지도 양극화가 생겼다”며 ‘반쪽짜리’ 대체휴일제를 성토했다.
IT 주변기기 제작업체에 근무하는 L씨(40세·용인)는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하루 먼저 출발했다”며 “회사에서 대체휴일을 정해 두긴 했지만 우리는 물량이 들어오면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 ‘남의 얘기일 뿐’이다”고 말했다. 병원 원무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S씨(43세·대구)도 “정규직을 위한 대체휴일제에 위화감만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