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3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전 전 청장이 심문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전 청장의 변호인도 "(전 전 청장이) 검찰에 자수서를 내면서 '굳이 (심문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라고 생각했다"며 "다 인정을 하기 때문에 심문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전 전 청장은 현재 체포 상태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전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전 전 청장이 심문을 포기함에 따라 법원은 검찰의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구속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구속 전 심문을 포기한 전 전 청장을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소환해 CJ측에서 받은 금품출처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전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취임한 2006년 7월께 CJ그룹 측에서 미화 30만 달러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전 청장은 지난 1일 오전 9시40분께 검찰에 출석해 14시간여 조사를 받았고,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 전 전 청장은 검찰 소환에 앞서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는 자수서를 냈으며, CJ측으로부터 받은 2천만원 상당의 프랭크 뮬러 여성용 시계도 조사 당일 검찰에 제출했다.
다만 전 전 청장은 금품의 명목과 관련, 대가성 없이 인사치레로 받았으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전 청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뒤 2일 오전 0시10분께 미리 발부받아 둔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같은 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2006년 하반기 CJ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납세 업무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로 허병익(59) 전 국세청 차장을 지난달 27일 구속했다.
검찰은 허씨의 조사 과정에서 전 전 청장의 수뢰 혐의를 포착했으며 이재현(구속기소) CJ 회장이 당시 허씨를 통해 전 전 청장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허씨는 CJ측에서 3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받아 전 전 청장의 사무실 책상에 갖다 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전 전 청장이 취임 이후 이 회장과 신동기(구속기소)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허씨와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났고 이 '4자 회동'에서 CJ측이 전 전 청장과 허씨에게 '프랭크 뮬러' 등 고가의 시계를 건넸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2006년 이 회장의 주식 이동 과정을 조사해 3천560억원의 탈세 정황을 확인했지만 세금을 한 푼도 추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CJ측의 로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