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전통 솔표 조선무약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입력 2012-02-13 09:54 수정 2012-02-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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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회사 미래 없다” vs 노조 “솔표 살리기 총력다할 것”

▲솔표 우황청심환
‘솔표 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한방생약업체 조선무약이 88년 전통을 뒤로 한채 역사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법정관리 중인 조선무약에 대해 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가 회생절차에 반대하며 파산과 경매를 추진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채권자의 주장을 부인하며 ‘솔표’ 브랜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 향후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무약 노조는 최근 복지부에 ‘국민연금 운용사 케이앤피의 횡포에 대한 근로자들의 호소’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조선무약의 담보권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 케이앤피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새로운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법원 심리 과정에서 회생절차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11월 두번째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시작되지 못하고 회사가 공중분해될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케이앤피는 “ 회생절차가 무의미하고 파산과 경매 외에 채권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조선무약 측은 그동안 재기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고 회생 여력도 충분하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체 인원의 25%인 30명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시행했으며, 부동산 가치가 460억원을 넘는 공장만 매각해도 케이앤피의 채권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25년 설립돼 한방생약의 대중화를 선도해왔던 조선무약이 어쩌다 옛 명성을 잃은 채 쇠락의 길을 걷게 됐을까. 조선무약은 과거 솔표 우황청심원을 필두로 쌍화탕, 위청수 등으로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한방의약품 업체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과도한 연구개발비와 의약분업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자금난을 겪게 됐고 2002년 채권자 98% 동의를 얻어 화의 절차에 들어갔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매년 수십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자금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2008년 6월, 주요 거래처였던 의약품 도매업체의 40억 부도로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돼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신청(구 법정관리)을 했지만 2010년 폐지 결정이 났다.

조선무약은 2010년 11월 수원지법에 다시 현재의 합자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꾸는 등 두 번째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생절차는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조선무약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민연금04-3케이앤피기업구조조정조합’이 원금 107억원어치(공장부동산 담보권 175억원)의 채권을 인수했고, 이 조합의 돈을 운용하는 케이앤피가 회생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선무약 임직원들은 회생절차 재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엔 임직원과 노동조합이 뜻을 모아 기업회생 개시 신청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고 일반채권단과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했다. 또 공장을 옮겨 그 매각 대금으로 케이앤피의 담보채권을 변재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무약 측은 “회생절차 없이 경매를 통한 파산 정리가 시작되면 500여명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여기에 납품거래 관계에 있는 일반채권자들도 빚을 떠안게 돼 또다른 부도를 일으킬 수 있어 회생만이 살 길”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근로자와 고용주가 부담하는 연금보험료로 조성되는 만큼 투기성 자본과는 그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탄원서를 통해 노조는 “국민연금기금은 운영에 있어 투자금 회수가 아닌,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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