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17일부터 건설업계에 대한 철근공급을 잠정 중단키로 하면서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철근값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난해 4월에도 철근값 협상이 결렬돼 거래가 끊겼으며, 이같은 현상은 11월에도 지속됐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자재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철강업계는 손해를 보면서 철근을 계속 납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6~7월 비수기에는 건설업계의 요청을 수락했지만 계속 톤당 80만원 이하의 가격에 철근을 납품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에도 철근 공급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제조업체의 특성상 제조물품의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건설업계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도 이같은 갈등이 벌어졌을 때 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철강업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건자회는 당시 회원사들에게 현대제철 제품 불매운동을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이 없는 공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한편 동국제강도 내주중 철근 공급 중단여부에 대한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의 철근값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