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의 페렌바흐 회장은 지난 9일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10일 삼성SDI와 합작해 설립한 SB리모티브의 울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회사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페렌바흐 회장은 “고객사를 만나고 유대관계를 확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보쉬의 부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국 메이커와의 긴밀한 관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을 만난 것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사이기 때문”이라고 면담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이 완성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일본과 유럽의 차부품 메이커는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해왔다.
이런 점에서 페렌바흐 회장이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에서 어떤 협력방안을 논의했는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부품업체중 연매출 기준 수위인 보쉬 총수와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회장 간의 회동에 관심이 보아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현대차그룹과의 유대관계 강화다. 보쉬는 현대기아차는 물론 국내 완성차 대부분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가운데 디젤 엔진의 핵심요소인 ‘커먼레일 시스템’의 경우 독일 보쉬와 미국 델파이사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보쉬는 현대기아차 VGT 디젤엔진의 핵심부품인 커먼레일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페렌바흐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객사와의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혀 지금까지 지속된 유대관계를 더욱 긴밀히 다져야 할 이유가 충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친환경차의 궁극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전기차의 2차전지 시장 확대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미국 GM은 LG화학의 배터리를, 현대기아차는 SK에너지에서 2차 전지를 공급받는다. 2차전지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보쉬와 기존에 유대관계를 이어온 현대기아차와의 협력관계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SK에너지가 공급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배터리팩 분야에 보쉬의 합작사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셋째 아시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대에 무게를 둘 수 있다. 보쉬는 BMW와 크라이슬러에 전기차 배터리팩 납품계획을 수립했다.
유럽과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한 행보다. 이런상황에 상대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 및 아시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대기아차와의 협력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측은 두 총수의 면담에 대해 “주요 부품사 총수와의 만남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갖가지 사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