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ㆍ이커머스 업체도 물류센터 등 온도 관리 및 작업자 건강 관리 '촉각'
역대급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유통업계의 배송·물류센터 근로자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매년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안전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올해 특히 예방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이커머스 쿠팡의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택배노동자(퀵플렉서) 대상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기존 '찾아가는 검진 버스'에서 '검진센터 종합검진'까지 확대 시행한다. 희망자들은 10월까지 전국 검진센터를 방문해 초음파 등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도 수 백억 원을 들여 집중근무지역 내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하고 냉방시설 등이 완비된 쿨존(Cool Zone) 확대하는 등 혹서기 대비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SSG닷컴도 6월 말부터 물류센터 근무자와 배송 직원에게 온열질환 예방 키트를 지급하고 있다. 또 물류센터 내 건강관리실을 설치해 무더위에 취약해진 직원들의 뇌심혈관·근골격계 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 계열사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센터 내 냉방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체감온도에 따른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 실시간 현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 배송기사와 주차 등 야외 근무가 불가피한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쿨키트를 제공하고, 사업장 냉방 설비와 얼음 생수 비치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또 폭염 단계별 대응과 직원 대상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정례화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6월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열사병, 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 산업재해로 승인된 건수는 총 147건이다. 2020년까지는 온열질환 건수가 감소하는 듯했으나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소비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2021년(19건) 이후 2022년 23건, 2023년 3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9월 30일까지 ‘폭염 대책 기간’을 운영 중이다.
폭염 재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폭염과 장마 등이 과거 대비 심각해진 점도 온열질환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달 실내외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를 규정하고 수분ㆍ그늘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고온 보호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습도가 높은 여름철 냉방장치가 없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에는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기저질환 등에 따른 체력 하락으로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이에 작업장 내 냉방기기와 환기장치를 설치하고 적절한 휴식 시간 제공 등을 통해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