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계에 따르면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원유·원자재 가격 급등과 물류 대란 등을 주제로 잇따라 사장단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문제는 현재 불어닥친 공급망 위기 등을 개별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풀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지금 대외 환경은 개별 기업에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며 “원자재 계약을 장기로 돌리고, 가격 변동 폭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무역협회가 실시한 무역업계 CEO 대상 '신정부에 바라는 무역통상정책' 설문에서 국가적 공급망 컨트롤타워 구축과 통상당국의 전문성 강화가 절실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준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FTA(자유무역협정) 등 우리 경제·산업 지형을 확장하는 전통적 통상전략과 함께 우리 산업 공급망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거나 보완하는 통상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 기술, 시장의 지렛대를 확장하는 통상전략, 산업전략과 상호 보완적 관계의 통상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을 위한 호기로 활용하고 공급망 위기 시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는 통상정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재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활 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 대응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적정 수준의 식량자급률 확보를 위해 쌀 이외 밀ㆍ콩 등 비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겪으며 추진된 해외농업개발과 국제 곡물 조달시스템이 이후 곡물 가격 안정화로 제대로 투자되지 못했다"며 "중장기적 시각에서 사업을 설계하는 등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