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과 물류산업은 유가상승 직격탄
사태 장기화, 유가보다 환율이 문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기면서 석유화학과 자동차 업계는 단기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항공과 물류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7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오전 10시 45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124.34달러(+7.49%)를 나타냈다. 환율 역시 전 거래일 종가보다 8.8원 오른 1,223.0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약 2년 만에 최고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음에도 국제유가는 향후 15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산업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글로벌 환율과 유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단기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마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업이익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 정유사는 단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통상 3개월분 이상의 원유를 쌓아 놓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이들 재고의 평가이익이 커진다. 당분간 정제이윤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두바이유와 텍사스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덕에 논란이 된 러시아산 원유 비중도 크지 않다.
자동차 역시 시장 확대와 양적 성장을 노려볼 기회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연비에서 유리한 한국차와 일본차의 국제 경쟁력이 커진다. 2008년 리먼 쇼크에서 시작한 고유가 시대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약진한 것도 이런 배경 덕이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판매량은 국제유가의 흐름과 비례하며 성장과 쇠락을 반복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역시 반사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다변화에 나설 때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LNG선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들 모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여전히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한 만큼, 오래간만에 찾아온 고유가 환경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화학과 자동차·중공업이 단기 수혜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항공을 포함한 물류업계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통상적으로 항공사 운영비 가운데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연료비로만 1조8000억 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의 28% 수준이다. 이 기간에 대한항공의 급유단가가 87% 급등하기도 했다.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해운업계도 국제유가를 주시하고 있다. 연료비가 운항 원가의 10~25%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항공사와 해운사 모두 유가 급등을 단기 운임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당분간 세전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경총 관계자는 “일부 업종은 단기 수혜를 기대할 수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환율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며 “유가가 오르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과 세전 순이익 감소를 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