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구현모 KT 대표와 임원들이 약식기소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 형사제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4일 KT 법인과 대관 담당 임원 4명을 정치자금법위반죄와 업무상횡령죄로 불구속기소하고 구 대표를 비롯한 10명을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불구속기소 된 임원 4명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 할인’을 통해 11억5100만 원 상당의 부외자금을 조성했다.
상품권 할인이란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상품권 대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방법이다. 이들은 회사 돈으로 상품권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한 뒤 상품권이 아닌 3.5~4% 할인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렇게 마련된 자금 중 총 4억3790만 원을 임직원과 지인 등의 명의로 100~300만 원씩 금액을 나눈 뒤 99명의 여야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특히 2016년 9월에 전사적인 차원에서 KT의 대대적인 정치자금 기부 행위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대외 업무 담당 부서의 요청으로 사장급 임원을 포함해 KT의 고위 임원들 대부분이 기부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구 대표 등 10명에 대해 2016년 9월부터 대관 담당 임원에게 명의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구 대표의 경우 2016년 9월 6일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14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가담 경위 및 기부금액, 직책 등에 따라 가담 정도가 무거운 임원들은 입건 후 약식기소하고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임원들은 입건하지 않았다.
황창규 전 대표에 대해서는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