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앞날을 결정할 ‘운명의 한 주’가 다가왔다. 신규 투자 유치가 지연되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가 본격화할 수 있는 만큼, 잠재적 인수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입장 표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쌍용차에 이달 말까지 잠재적 투자자의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투자자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회생 개시를 보류하고 있었지만, HAAH 측의 인수 의향을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생절차개시와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회생 개시 기간은 2월 28일까지 미뤄졌고, 이후 HAAH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자 법원은 한 차례 회생 개시 시점을 미뤘다. 충분한 협상을 위해 P플랜 제출 시간을 보장해준 것이다.
쌍용차는 이 기간 내에 HAAH의 투자를 받아 P플랜(사전회생계획)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P플랜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쳐 법원 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협상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법원이 이달 말을 1차 시한으로 정한 만큼, HAAH가 명확한 인수 의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달 말까지 HAAH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법원이 곧바로 회생 개시 절차를 밟는 건 아니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추가 협상 시간을 보장할 수도 있다. 다만, 회생 개시 역시 본격적으로 검토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HAAH오토모티브의 인수 의지는 강하지만, 자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 측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메인 전략적 투자자(SI) 캐나다 업체 1곳, 금융투자자(FI) 중동 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75%인 마힌드라의 지분율을 25%로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1% 지분을 쥐고 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액을 웃도는 3700억 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경영난 이후 물품대금과 월급 등을 공익채권 형태로 빌려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HAAH는 KDB산업은행에 추가 지원을 요구했지만, 산은은 쌍용차 노사의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와 관련해 “안이하다. 뼈를 깎는 각오로 협상해야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쌍용차 노사가 이미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이미 2019년부터 △임직원 급여 10~20% 삭감 △안식년제 △22개 복지 항목 중단 및 축소 △상여금 200% 반납 △PI 성과급 및 생산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변경 (150%→100%) 등의 자구책을 시행해 비용을 절감했고,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임금의 50%만 지급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