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논란에 내홍을 겪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석희 최고경영자(CEO)가 사과의 뜻을 밝혔음에도 직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사 측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유의미한 수준의 추가 위로금 지급 방안이나 해명이 나오지 않으면 직원들과의 견해차를 쉽게 좁힐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의 기술사무직 노조는 현재 성과급 외의 다른 인사 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며 단체 소송을 고려하고 있어, 성과급 논란이 전반적인 노사 제도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SK하이닉스와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기 이천 본사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와 관련한 노사 협의회가 열린다.
이번 만남은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 전임직 노조가 회사에 대화 자리를 먼저 제안, 사 측이 응하며 성사됐다. 민주노총 산하에 있는 기술사무직 노조는 이번 협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선 논란의 중심인 PS 지급 규모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사 측이 먼저 이번 PS 비율을 정한 기준과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직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에 대한 인센티브 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연봉의 20%, 기본급 400%의 PS 규모가 공개되자 SK하이닉스 구성원 사이에선 "PS 기준으로 활용되는 EVA(영업이익에서 법인세, 금융, 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 산출 근거를 정확히 밝혀달라“는 요구가 빗발친 바 있다.
다만 성과급 논란 내 또 다른 현안인 △최 회장 반납 연봉 활용 방안 △추가 성과급 지급 여부 등은 이날 주요 논의 안건에선 비껴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최 회장 연봉 반납 선언을 ‘미봉책’으로 여기고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고, 회사로선 이미 전일 성과급이 지급된 상황에서 PS 비율을 조정하거나 추가 성과급을 별도로 지급하기도 부담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협의는 서로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라며 “대화 자리를 향후 더 이어가야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번 협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기술사무직 노조도 별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전임직 노조에 연대를 제안하고, 노조원들을 비롯한 SK하이닉스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PS 찬반 설문을 진행하며 자료 취합에 나섰다. 사원들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조합 가입비도 최근 대폭 낮췄다.
특히 이들은 PS 제도 개선에 더해 3년 전 도입된 인사 평가 제도인 '셀프디자인'에 대한 단체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논란이 전반적인 노사 제도 갈등의 불씨를 잡아당긴 셈이다.
셀프디자인은 기준급과 업적급으로 구성되는 사무직 임금 체계에서, 임원이 산하 업적급 적용률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 제도는 이미 3년 전부터 적용됐는데, 노조는 사 측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과반 구성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술사무직 노조 측은 “현재 이슈가 전임직뿐만 아닌 사무직에도 해당하는 중대 현안임에도 소수 노조라는 이유로 협의를 전임직 노조와만 진행하는 것에 안타까움과 유감을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 측에 △PS 지급 기준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공개 △사무직 지회와도 대화 자리 마련 △셀프디자인 제도 폐지 △구성원 존중을 요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