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출된 권력, 국민 피눈물부터 닦아라

입력 2020-12-31 06:00 수정 2020-12-31 08: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과 선출된 권력, 그리고 민주적 통제.'

올 하반기 검찰 개혁 관련 이슈에서 자주 등장한 표현들이다. 주로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의 통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식으로 쓰였다. 무척이나 직관적이고 의미전달도 확실하다.

하지만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고된 선거 통해 창출한 정권의 뜻을 그저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이들이 감히 거역하는 것이냐고 읽힌다. 이들도 선출된 권력이 만들어 놓은 법과 제도에 따라 공무원이 됐다는 점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여권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고 직접 법원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결정을 법원이 뒤집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엄연히 삼권분립의 원칙이 있는데도 말이다.

검찰을 둘러싼 '선출된 권력'의 행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유는 자신들에게 권력을 준 국민은 돌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들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만, 사기사건 피해자 구제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범죄자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외치는 그 순간에도 피해자의 잃어버린 삶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얼마 전 비대면 인터뷰했던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사기범죄의 피해자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정작 보상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들이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얼마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누렸어야 할 삶 그 자체다.

피해자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길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일 때 '선출된 권력'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대형 사기 사건에서 책임 소재에만 몰두했을 뿐 피해자 구제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이들 중 자신의 억울함을 온전히 해소한 이는 한 명도 없다. 더욱이 '선출된 권력'의 도움을 받아봤다는 이들도 없다.

'선출된 권력'이 검찰 통제보다 피해 국민 구제에 힘쓰고, 그로 인해 피해 회복이 이뤄졌다는 뉴스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 지나친 바람일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1일부터 달라지는 청약통장…월 납입인정액 상향, 나에게 유리할까? [이슈크래커]
  • "한국엔 안 들어온다고?"…Z세대가 해외서 사오는 화장품의 정체 [솔드아웃]
  • 전남 ‘폐교’ 844곳 가장 많아...서울도 예외 아냐 [문 닫는 학교 4000곳 육박]
  • 금리 인하에 저축 보험 '눈길'…美 대선에 달러 보험 뜬다
  • "성냥갑은 매력 없다"…정비사업 디자인·설계 차별화 박차 [평범한 건 NO, 특화설계 경쟁①]
  • 단독 '부정‧부패' 의혹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상위기관 중징계 처분 뭉갰다
  • "영웅 귀환은 빛났다"…페이커의 T1, '롤드컵' 통산 5회 우승 영광
  • 단독 “북한군 1차 전멸, 우크라이나 아닌 러시아 포격 탓”
  • 오늘의 상승종목

  • 11.04 11:1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080,000
    • -0.2%
    • 이더리움
    • 3,436,000
    • -0.92%
    • 비트코인 캐시
    • 471,200
    • -4.42%
    • 리플
    • 706
    • -0.98%
    • 솔라나
    • 226,800
    • -1.43%
    • 에이다
    • 463
    • -4.54%
    • 이오스
    • 583
    • -2.35%
    • 트론
    • 230
    • -0.86%
    • 스텔라루멘
    • 128
    • -0.7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6,350
    • -1.48%
    • 체인링크
    • 15,020
    • -4.03%
    • 샌드박스
    • 325
    • -2.6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