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수준으로 격상되자 주요기업도 대응 수위를 한층 높였다.
1단계가 예방과 방역에 중심을 뒀다면 2단계는 차단과 격리에 집중하는 형태다. 일부 기업의 사업장 일시 폐쇄가 현실화된 만큼, 기존의 ‘비상조치 준비’를 ‘비상준비 가동’으로 전환한 것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요기업이 코로나19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전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수준으로 격상하자 이를 기점으로 기업들은 인트라넷을 통해 2단계 대응 매뉴얼을 공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지금까지 기업별 대응 수준이 마스크 착용과 발열 검사 등 예방과 방역 수준이었다면, 2단계 대응은 실질적인 외부 위험요소 차단, 감염으로부터 근로자 및 사업장 격리 등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틀 전 코로나19 여파로 가동을 멈췄던 삼성전자 구미 사업장을 이날 재가동했지만 대응수위를 한층 높였다. 신공정 기술을 선행 적용해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20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드는 사실상 ‘제조 컨트롤타워’인 만큼 예상보다 하루 빨리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의 사업장 출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임산부에 대한 재택근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부인은 출입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전날 위기경보 격상 직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출장금지령을 내렸다. 동시에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외부 방문객 출입을 금지한다는 지침도 내렸다.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기자실도 일시 폐쇄해 외부인 출입 통제에 나섰다.
특히 LG전자는 사태 확산에 대비해 현재 내부 전산망을 점검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클라우드 망에 원활히 접속되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를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위기단계 격상 이후 입ㆍ출입 직원들 발열 검사를 '전수 체온조사'로 확대했다. 나아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고 위기경보 수준 격상 이후부터 회사 내의 '공유 좌석제도'를 전면 중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일 오전 전 직원 대상 ‘코로나19 일일현황’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출근 시간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고 나섰다. 사내 식당운영 시간도 확대해 특정 시간에 직원들이 많이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일찌감치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온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9일까지 중국 현지 주재원 가족 전원철수를 결정했고, 이달 7일부터 대응 1단계, 이날부터 2단계 대응에 나섰다.
현대ㆍ기아차도 주말 사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각 사업장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밝히며 기자실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방역에 나섰다. 방문자를 대상으로 "사전신청을 받겠다"고 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이날부터 출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상 외부인 통제인 셈이다.
나아가 외부 감염증의 사업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수시 채용도 이날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내에서 1명이라도 나오면 전 공장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며 "비상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낸 담화문에서 "결국 울산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확산 예방을 위해 지부장이 사측과 협의하고 21명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이번 위기경보 격상 직전인 21일부터 추가조치를 내렸다. 출장을 최소화하고 ‘확진환자 발생 및 인구 밀집지역 경유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력사 직원 대상 집합교육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사내외 휴양시설 및 후생시설을 임시휴관은 물론 제철소 및 포스코센터 전직원 마스크 착용도 이날부터 의무다.
대한항공은 불필요한 외부 행사 및 회의, 회식에 대해 금지령을 내렸다.
객실승무원과 공항근무자 등 현장 근무자 대상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하며, 감염 의심 시 행동 지침 및 유의사항도 새로 만들어 인트라넷에 공지했다. 여기에 연차소진 독려를 통한 현장 근무인력 최소화도 시행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이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회원사들에 출퇴근 시차제, 재택근무, 원격회의 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전 대응 1단계가 당부 및 협조 수준이었다면 2단계는 사실상 강제조치다.
정부가 바이러스의 국외유입 차단에서 지역사회 확산 방지로 방향을 수정한 만큼, 기업들 역시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해 막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경보 단계가 격상된 주말 사이 주요 사업장별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며 “사업장별로 대응 매뉴얼을 준비한 상태에서 단계별 대응에 나서는 것이고 만일 사업장에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