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연초부터 “변해야 산다”

입력 2020-01-08 14:04 수정 2020-01-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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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경영’의 대표 산업군으로 꼽혀온 식품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체재가 충분한 식품은 대표적인 저관여상품이라는 특성상 ‘장수상품 = 베스트셀러’인 경우가 많고 ‘장수 CEO’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업종이지만 최근 들어 “변해야 산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이 성장 정체를 맞은 데다 소비 트렌드까지 빠르게 바뀌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업계가 생존을 위해 과감한 변화와 유연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연말 그룹 인사를 통해 강신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재현 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혔던 신현재 전 대표는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17년 말 취임한 신 전 대표의 재임기간은 약 2년이었는데, 전임자인 김철하 대표가 약 7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음을 감안하면 그룹의 신속한 결정을 엿볼 수 있다.

강신호 대표 체제 출범을 맞아 CJ제일제당의 조직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인사 시즌이 지나고 나면 이전의 관행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진다”며 “일부 조직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칠성음료는 연초부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연초 주류 종량세 시행에 맞춰 국산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의 출고가 인하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는 캔맥주 500㎖ 기준 1880원에서 1565원으로 16.8%, ‘피츠’는 캔맥주 500㎖ 기준 1690원에서 1467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회사 측은 “소비자 혜택을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에 공감하며 종량세 전환에 맞춰 출고가격을 인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공동대표 체제에서 연말 인사를 통해 ‘원톱’ 대표가 된 이영구 대표가 취임 후 첫 의사결정을 빠르게 마무리하며 내수 시장에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이트진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에 이어 필리핀 현지 공략에 나서며 ‘동남아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의 세계화’를 선포하고 경제성장, 인구기반, 주류시장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밸트 내 동남아시아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왔다.

하이트진로는 올 들어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해외 법인 ‘하이트진로 필리핀’을 설립하고 현지 공략을 시작한다. 인구 1억여 명(세계 13위)의 필리핀은 2018년 GDP 성장 6.8%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상무는 “소주의 세계화 선포 후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필리핀 법인 설립을 통해 시장 맞춤형 전략과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모션을 이뤄 한국 주류의 위상을 키워가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전환으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풀무원은 ‘새로운 피’ 수혈을 통해 사업 확대에 나선다. 건강기능식품과 스킨케어 방문판매사업을 영위하는 풀무원생활건강은 2일 신임 대표이사에 황진선 대표를 선임했다. 황 대표는 P&G와 코웨이 등을 거치며 두각을 나타낸 ‘화장품통’으로 평가된다.

사업부문을 크게 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NFB(Natural Food&Beverage Business) BU와 비식품 사업인 HLS(Health& Living Solution) BU로 나누고 있는 풀무원그룹이 황 대표 영입을 통해 ‘비식품’ 사업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대표는 사업 확대를 통해 2022년까지 전사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빙과 사업 정체로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빙그레는 올해 전략으로 ‘다름’을 정했다. 취임 1년을 맞는 전창원 빙그레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Better & Different’ 전략을 바탕으로 건강 지향적 비즈니스를 추구하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선제적인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온라인 매출 확대와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며 “특히 제품 트렌드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변화에 적응하고 각 회사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생존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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