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카를로스 곤이 일본 검찰에 체포된 이후 르노와 닛산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양사의 균열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양사 주가 모두 30% 이상 하락했다. 올 들어 11개월 동안 양사의 신차 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총 50만 대 이상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르노·닛산 연합의 불협화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르노는 닛산과의 관계 재설정을 도모하면서 인수·합병(M&A)까지 고려했다. 곤 체포 직후, 르노 경영진과 변호사, 금융 자문단이 모여 닛산의 적대적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닛산도 협력보다는 딴 생각이 앞서 있다. 르노가 보유한 자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시도했다. 경영진 뿐만 아니라 양사 엔지니어들도 차량 설계 등에 있어서 협력을 기피하는 일이 두드러졌다. 올 초 양측이 만났지만 실적 관련 데이터 공유를 꺼리면서 안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 불신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셈이다.
이런 불화는 안 그래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양사의 생존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생존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양측이 처한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양사의 시너지로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는지,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닛산과 르노의 협력을 시도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17년 양사의 협력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약 63억 달러(약 7조3155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곤이 사라지고 나서 이런 협력을 주도할 리더 또한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향후 비전에 대한 이견도 협력을 막고 있다. 주요 시장에서 소비자 취향과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양사의 의견에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파트너십 가치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난제는 닛산의 순이익 급감이다. 곤 전 회장이 있을 당시인 2017년 순익은 70억 달러에 달했지만 내년 3월 마감하는 이번 회계연도 순익은 1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런 긴장 분위기가 양사의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르노와 닛산이 공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한 닛산 리프와 르노 조이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유하는 부품이 별로 없으며 새 전기자동차는 아직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양측이 알력다툼을 하기에 자동차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닛산은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최저 마진으로 렌털업체에 차량을 판매해오던 관행을 없애고 판매 가격을 인상해 실적 개선을 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시장의 성장 동력이던 중국 수요도 하락 추세다. 르노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르노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유럽에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세나르 회장은 “양사의 최근 실적이 처참하다”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핵심 인력들은 경쟁사로 빠져나가고 있다. 닛산의 새로운 ‘트로이카’ 경영체제의 한 축을 맡았던 세키 준 부(副)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퇴사하고 니혼덴산의 차기 사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