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카와 사장이 자신의 퇴임 의사를 일부 닛산 간부에게 전달했다고 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닛산 전 회장인 카를로스 곤과 관련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내부 조사 목표가 선 데다 최근 실적 부진과 자신의 보수를 둘러싼 의혹으로 책임을 묻는 소리가 강해지고 있어 더는 연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퇴임 시기나 후임은 향후 결정될 전망이다.
이미 닛산과의 동맹인 프랑스 르노의 장 도미니크 세나르 회장 등이 참여한 닛산 지명위원회에서 7월부터 사이카와 후계 후보자들을 간추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또 닛산은 9일 이사회를 열어 최근 불거진 사이카와 사장의 과다 보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부정 보상 문제가 터지면서 닛산 내부에서 사이카와 사장의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이번 이사회를 계기로 퇴임시기 명확화 및 후임 선정 절차 가속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사이카와 사장은 이날 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 문제와 관련해 부정한 일을 저지른 적은 없다”며 “이 일로 사임할 뜻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곤 전 회장 문제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지명위원회 준비를 통해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지난 2017년 4월 사장 겸 CEO에 오르고 나서 곤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체포돼 회장직에서 해임되고 나서 톱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곤 전 회장이 자신의 보수를 허위 기재하거나 회사 자금을 사적인 이유로 외부에 투입했다고 밝히는 등 곤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이카와 자신도 2005년부터 닛산 이사, 2011년부터는 대표이사로 곤 체제를 지원한 사람이어서 책임론이 사내외에서 뿌리가 깊으며 연임을 의문시하는 소리가 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또 최근 사이카와 사장도 주가연동형 임원 보수를 부당하게 챙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그레그 켈리 닛산 전 대표이사는 사이카와 사장이 자사주 시장가액에 연동해 보수로 현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주식증가차액청구권(SAR) 행사시기를 닛산 주가가 오르는 시점에서 늦추는 방법으로 약 4700만 엔(약 5억2440만 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닛산 내부 조사가 4일 일단락됐으며 9일 이사회에 이 내용이 보고되면 닛산이 다음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
닛산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7월 발표한 올해 4~6월 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했다. 닛산은 오는 2022년까지 그룹 직원의 10%인 1만2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