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생산공장 기본 설계가 바뀐다.
지금까지 현대ㆍ기아차의 국내ㆍ외 생산공장은 현대차 충남 아산공장 설계를 기본(베이스)으로 건설됐다. 하지만 향후 추가되는 공장들은 준공 20년이 넘는 아산공장 대신 올해 준공한 기아차 인도공장을 밑그림으로 지어질 전망이다.
9일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의 공장 2곳과 중국, 남미 공장 대부분이 연산 30만 대 규모의 충남 아산공장(그랜저 및 쏘나타 생산)을 베이스로 건설했다”며 “앞으로는 친환경차 생산이 가능하고 IT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팩토링 시스템을 갖춘, 기아차 인도공장이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양적 성장 시대가 저무는 만큼, 질적 성장을 위해 현재 주요 권역별 설비의 개선작업에도 인도공장 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의 생산설비 대부분은 하나의 설계 표본을 바탕으로 건설된다.
2000년대 들어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가 발 빠르게 양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주요 거점에 같은 모양의 공장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예컨대 르노삼성차의 전신인 삼성자동차는 1994년 4월 부산 신호공단에 공장을 착공하고 3년 만인 1997년 준공식까지 마쳤다.
당시 일본 닛산과 기술제휴에 나섰던 삼성차는 일본 규슈의 닛산공장 설계도를 고스란히 들여와 부산공장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화장실 위치마저 닛산 규슈공장과 동일하다.
같은 개념으로 현대ㆍ기아차의 샘플링 공장은 현대차 아산공장(1996년 준공)이다.
연산 30만 대 규모의 아산공장은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두 차종을 생산한다. 국내 공장 가운데 가장 효율성이 높은 공장으로 이름 나 있다.
2010년대 들어 글로벌 주요 거점에 생산공장을 확대해온 현대ㆍ기아차는 아산공장을 베이스로 곳곳에 공장을 세웠다.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물론 중국에 들어선 현대차 베이징 3공장 역시 아산공장이 베이스다.
샘플링이 존재하고 공장 건설 노하우가 쌓이면서 공장 세우기도 쉬워졌다. 현대ㆍ기아차는 연산 30만 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 하나를 1년 8개월 만에 완공하기도 한다.
현대ㆍ기아차는 향후 추진하는 글로벌 생산거점 건설 및 현재 공장 개선작업에 기아차 인도공장 시스템을 활용한다. 준공 20년이 넘은 아산공장을 대신해 첨단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새 공장을 샘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새 공장설비 표본이 된 인도공장 역시 기본적으로 아산공장이 밑그림 역할을 했지만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생산을 염두에 뒀다는 점이 큰 차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전동화로 이동 중인 만큼 내연기관은 물론 향후 건설하는 공장은 모두 전기차 생산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뜻이다.
첨단 공정도 속속 들어찼다. 인도공장은 공장 용수를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갖췄다. 나아가 스마트 태그를 활용해 차종과 장착 사양 등을 자동 인식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밖에 도장 라인의 설비 작동이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로봇 모니터링 체계 등 IT기술도 접목됐다. 공장 겉모습은 아산공장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시스템이라는 게 현대ㆍ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가 추진 중인 생산설비는 광주광역시에 들어서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등 2곳이다. 이들 공장 역시 기아차 인도공장이 기본 틀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