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11번가 등 경쟁사가 온라인 유통 채널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는 가운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신세계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온라인 사업의 핵심 동력으로 추진하던 하남 온라인센터 건립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개월째 표류하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1일 온라인 사업에 정통한 김경호 대표를 수장으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새롭게 출범한 e커머스사업본부 조직은 1400여 명 규모로 운영된다. 여기에 2019년까지 총 400여 명에 달하는 정보통신(IT) 및 사용자 경험(UX), e커머스물류전문 인재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공식 출범 후 첫 번째 사업 전략으로는 2019년 상반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의 전신격인 ‘투게더 앱(Together App)’을 오픈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더 편리하게 롯데의 쇼핑 앱들을 이용하고 롯데는 e커머스 차원에서 트래픽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동원F&B와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제조사들과 온라인 판매 활성화를 위한 제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커머스사업본부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제조회사와 함께 소비자를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해 최적의 상품과 쇼핑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쇼핑 e커머스를 위한 단독 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의 11번가도 1일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총괄해 온 국내 음성검색 분야 전문가인 이상호 사장 신임 대표 체제로 공식 출범했다. SK플래닛에서 분할한 11번가는 기술, R&D 인력과 MD, 마케팅 등 총 1000여 명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11번가 서비스를 포함해 e쿠폰사업인 기프티콘, 간편결제서비스 11페이, 화장품 브랜드 싸이닉을 운영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11번가는 독립 법인 출범으로 보다 빠르고 유연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6월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확보한 5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포함해 모회사인 SK텔레콤과의 사업 연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해 국내 최고의 ‘커머스 포털’로 도약할 계획이다. 특히 제품 검색, 결제, 배송, 반품·환불에 이르기까지 쇼핑의 전 단계에서 국내 최고 역량의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이 믿고 찾는 온라인쇼핑몰로 성장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사업부를 통합, 올해 안으로 e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출범한다는 청사진을 올해 초 제시했다. 이를 위해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에서 1조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고, 경기 하남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센터를 구축해 2023년에는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으로 인해 3월 체결 예정이던 온라인센터 부지 계약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지난달 27일에도 지역민 대상의 간담회를 마련했지만 주민들은 교통난과 안전·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성과 없이 끝났다. 온라인 전담 법인 설립 역시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들어 연내 설립을 목표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지역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싶은데 비대위 측이 대화 자체를 안 하려 해 답답한 상황”이라며 “지속해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설명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