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 한번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14차 공판기일을 열고 양형에 대한 신 회장 측과 검찰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신 회장은 직접 준비해온 의견서를 읽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지금 롯데그룹은 내수시장에서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고,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사드 문제 때문에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압수수색과 재판으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며 "이런 상황을 만든 데 대해 수많은 후회와 아쉬움이 많지만 모두 다 제 불찰이라 생각하고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경영 일선에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2011년 그룹 회장에 취임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이 가지고 있었고 저는 회장님 말씀을 듣기만 했을 뿐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허위 급여 지급 혐의와 관련해 아버지 신격호(96) 명예회장이 전적으로 한 일이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그룹 경영 상황을 밝히며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재 회장이 부재하다 보니 롯데그룹 국내, 국제 투자가 다 중단돼 있다. 큰 규모의 투자는 최종 책임자의 결단이 필요한데 최종 책임자가 없으니 파격적인 해외 투자 제안을 받아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투자가 안 되니 신규채용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8개월가량 구속돼있는데 이만하면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 후 범죄 사실을 은폐하려 했고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혐의 관련 진술을 계속 번복하는 등 재벌총수임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범죄 혐의를 임직원에게 미루고 있다"며 "엄정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밝혔다.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결심공판은 29일 열린다.
신 회장은 신 전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 등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1249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과 함께 신 전 부회장 등에게 500억 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준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