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전력 문제 등 산적해 주말근무 해도 부족
국회·예산 업무 조정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
경제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엄두도 못 낸다. 최근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혁신성장본부, 이달 말 발표를 앞둔 내년도 예산안을 만드는 예산실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하며 휴가 없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기재부 예산실의 A 서기관은 “기재부는 옛날부터 일이 많아서 저녁에 퇴근하기 힘들어 초과근무가 가장 많은 부처”라고 말했다. 예산철에는 정부 초과근무 한도인 주 57시간을 넘기는 것도 예사다. 한 사무관은 초과근무 한도가 최대 67시간인데 100시간을 일하기도 하며, 주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혁신성장본부 소속 공무원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 있는 본부와 세종시 사무실, 현장 등을 오가느라 죽을 맛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들도 최근 일 폭탄을 맞았다. 연이은 폭염으로 전력수급, 한시적 전기료 인하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 현안 과제를 풀어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B 공무원은 최근 바쁜 일상을 “5일간의 서울 출장으로 옷을 못 갈아입어 땀 냄새를 스킨·로션으로 없애야 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세종에 가정을 꾸린 그는 최근 이어진 폭염에 따른 대책회의와 각종 보고를 위해 5일간 집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일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한 5일간 찜질방 등에서 생활을 했고 옷을 갈아입지 못해 찜질방에 있는 화장품인 스킨 등을 이용해 옷에 밴 땀냄새를 없애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과 직원도 사무실 등에서 밤샘 작업은 물론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했다. 다른 과 직원 역시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사실상 48시간 근무를 하기도 했다”며 당시 바빴던 상황을 설명했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비슷한 상황이다. 노동시간 단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각에선 야근수당 인정 외의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고용부 노동정책실 소속 C 서기관은 “현안에 따라 밤 11시 넘게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업무량에 따라 부서마다 편차는 있지만 주 52시간을 지키려고 야근을 줄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급 공무원까지 한 달에 야근수당이 나오는 시간은 57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국감 시즌 등 이보다 더 길게 야근할 때가 많다”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돈을 받지 못하는 야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고용부 D 과장은 “국회, 예산과 관련된 곳은 업무 패턴을 조정할 수 없어 야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