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설범식 부장판사)는 21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대림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5일 밝혔다. 아울러 1심 판결에서 대림산업이 패소한 부분을 취소했다.
대림산업과 공단 사이 법정 다툼은 2003년 대림산업이 공단과 도급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했을 당시 인근 농장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 발단이 됐다. 대림산업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경산-울산 구간 중 영천 지역의 공사를 맡았다. 지하 공사현장 위에 돼지사육농장이 위치해 있었고, 발파 작업 중 소음과 진동으로 해당 농장의 돼지가 폐사ㆍ유산했다. 농장주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공단은 농장주에게 손해배상금으로 49억 원을 지급했다. 이후 공단은 손해배상으로 지출한 49억 원을 대림산업에 청구하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대림산업은 1심에서 “공단이 제공하는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공사를 진행하기 전 농장 피해가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공단에서 공사 방식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림산업에도 일부 잘못이 있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대림산업에 설계를 변경할 권한이 없더라도 도급 계약상 대림산업은 민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소음과 진동을 예방해야 한다”며 공단에 구상금 중 일부인 14억9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은 자사의 책임이 크다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오히려 패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공사 이전부터 공단에 피해 가능성을 보고했다는 대림산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공단은 농장에 소음ㆍ진동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을 수차례 보고 받아 피해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기존 방식대로 공사를 진행하게 했다”고 짚었다. 또 “다른 방식이었어도 농장의 손해가 전혀 없지 않았을 것이고, 농장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 공사를 설계해 농장 손해가 불가피했다”며 설계에 하자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농장의 피해가 대림산업의 과실이 아닌 공단의 온전한 책임이라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림산업과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말을 아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결과만 알고 있을 뿐 법률대리인으로부터 아직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판결 이유나 자료 등을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법원 상고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