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정당"...판단 이유는?

입력 2017-10-19 17:43 수정 2017-10-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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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 소송에서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은 합병 목적과 과정이 정당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합병 비율' 역시 관련 법에 따라 공정하게 정해졌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19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일성신약 등 4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 법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목적·합병 비율 정당"

핵심 쟁점은 합병 비율이 공정했는지였다. 일성신약 측은 재판에서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됐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트린 뒤 이를 기준으로 합병가액과 비율을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합병비율이 옛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에게 불리했는지 의문"이라며 "다소 불리했다고 하더라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로 형성된 게 아니라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한 점 △합병비율 기준이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시장주가가 왜곡됐다고 볼 수 없는 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주가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과 공평의 원칙에 따라 합병을 무효로 돌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관계 법령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고,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하지 않았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합병 목적 역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합병이 추진됐다고 해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가 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라며 "특정인의 기업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 이상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을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옛 삼성물산과 그 주주에게는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과 그 주주에게만 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합병 당시 경기 침체로 삼성물산 실적이 악화돼 패션·바이오 등에 강한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 등 합병 절차도 정당"

또 다른 쟁점이었던 국민연금공단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이 위법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성신약 측은 "국민연금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 불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해 국민 노후자금에 손실을 끼쳤다"라며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민연금 대표인 최광 이사장이 합병 찬반 결정 과정에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 개입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라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찬성 의사표시는 내부 결정 과정의 하자 여부와 상관없이 아무런 흠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내부 의사 결정과정에 배임행위 등 문제가 있었더라도 이를 합병 무효 사유로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공단 내부에서 법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찬성 의결에 거액의 투자 손실을 감수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등 배임적 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적정 합병비율을 확정하기 어렵고,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판단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물산 이사회 합병 결의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사들이 경영상 필요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고, 합병 시너지 효과 등 분석자료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또 합병 목적과 비율 등을 적은 주요사항보고서를 공시해 주주들이 이를 통해 합병 찬반을 결정할 수 있었던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그밖에 옛 삼성물이 주식매수청구권 내용과 행사방법을 거짓 공시했고, 자기주식을 KCC에 처분하는 등 이사들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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