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과잉 역풍에 수년째 시달려온 유럽 철강업체들이 마침내 돌파구를 찾아냈다. 유럽 업체들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한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르미탈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지난 6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현지 제철업체 일바(IIva)를 18억 유로(약 2조4274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승인받았다. 오랫동안 타란토 제철소의 유독성 물질 배출에 따른 법적 분쟁에 이어 국유화와 지난 2015년 파산 등 온갖 진통을 겪은 일바가 아르셀로미탈의 그늘 아래서 부활을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유럽 철강업체 관계자들은 아르셀로르미탈의 이번 인수를 통폐합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으로 보고 있다.
대량 생산된 중국의 값싼 제품이 쏟아지면서 유럽 철강업계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유럽 철강업체의 평균 순이익은 지난 2008년의 톤당 215유로(약 29만 원)에서 지난해 1분기 46유로로 급전직하했다. 8년 만에 순익이 정점 당시의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에 이 수치는 t당 83유로로 높아지면서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르미탈 최고경영자(CEO)는 “일바는 저비용 생산업체”라며 “우리의 전문적인 경험과 기술역량, 경영기술 등을 투입하면 매우 성공적인 제철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철강업체도 통폐합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르셀로르미탈에 이은 유럽 메이저 철강업체인 타타스틸(인도)과 티센크루프(독일)는 1년 넘게 합작사 설립 논의를 벌여왔다. 그동안 합병에 걸림돌이 됐던 타타스틸 영국 공장의 연기금 처리 문제가 최근 마무리된 만큼 양사의 통합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합병은 과잉공급 시장에서 경쟁사의 수를 줄여주고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아르셀로르미탈은 일바 인수로 유럽 철강시장 점유율을 종전의 26.5%에서 30% 이상으로 높일 수 있게 됐으며 타타와 티센크루프 합작사 점유율도 20% 이상에 도달할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