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2심 무죄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사죄했다. 이 자리에서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통해 향후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나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지사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경상남도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배포된 입장자료에서 홍 지사는 “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경남도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5년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 바라봤지만 ‘성완종 메모’라는 황당한 사건에 연루돼 1년 10개월간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겪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지사는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천하 대란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저의 모든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란대치(大亂大治)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홍 지사는 이어진 질의응답에 작심한 듯 ‘친박계’를 비난했다. 친박계를 지칭하면서는 ‘양박(양아치+친박)’이란 단어까지 사용했다.
홍 지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2012년도 일부 ‘친박’들의 대선자금 문제 때문이고, 이 문제를 파묻기 위해서 내 사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27년 동안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도 안 갔다”며 “이런 나를 성완종 리스트로 묶어서 자기(친박)들이 국정원 댓글사건과 불법 대선자금이 커지면 문제가 된다고 보고 (방해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홍 지사는 ‘대선 출마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 할 문제도 아니고 지금은 그런 순간도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사당이 아니고 이 땅의 우파 진영의 본산”이라면서 “쉽게 떠나기가 어렵다”고 말해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치 징계가 내려진 상태다.
한편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지사 무죄판결에 대해 “우리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