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4개월 여에 걸쳐 진행된 수사를 마무리한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신 회장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20여일 간 보강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함께 재판에 넘겨진다. 신영자(74)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기소된 상태에서 탈세 혐의가 추가됐고,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 씨는 탈세 혐의 공소시효 문제로 먼저 기소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초 수사팀이 수백억 원대 롯데건설 비자금과 정책본부를 통해 받은 급여의 성격 등을 신 회장과 연결짓지 못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재벌 봐주기' 여론을 의식한 검찰은 신동주(62)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소유주 일가에 지급된 수백억 원대 급여와 롯데시네마 식음료 판매사업 독점권을 몰아준 혐의를 신 회장에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긴 수사팀은 이후 정책본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신 회장에 대한 혐의 추가 여부를 검토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완수사를 계속 해왔다"며 "이 정도 규모 수사는 종결까지 자료정리나 보완이 필요해 마무리가 상당히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로 출국 금지상태였던 신 회장은 신병에 관한 권한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재판부의 허가 여부에 따라 출국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포스코 비리 수사로 기소된 정준양 전 회장도 '한자 공부'를 이유로 해외여행 허가 신청을 내 출국한 전례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1750억 원대 배임과 5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등 그룹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소유주 일가에게 보상적 차원에서 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지만,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8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심혈을 기울였던 롯데건설 비자금이나 롯데케미칼 소송사기, 일본 롯데물산에 수백억 원대 부당수수료 지급 혐의 등은 공소사실에 추가하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560억 원, 서 씨는 297억 원대 탈세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전체 탈세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신 이사장과 서 씨모녀 측은 1100억 원 정도만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후견이 개시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신 총괄회장과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오고 있지 않은 서 씨를 어떻게 처벌하느냐도 관건이다. 서 씨는 수사 과정에서 소환을 사실상 거부해 국내 재산이 압류되고 여권도 무효화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