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업계는 1단계 투자금만 16조원에 육박하는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어떤 제품이 생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고덕 국제화계획지구 산업단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권오현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기공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부지 면적만 축구장 약 400개 넓이에 이르는 289만㎡(87.5만평)에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를 건설하는 등 2017년까지 총 15조6000원의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업계의 최대 관심은 삼성전자가 이곳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게 될지다.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인 만큼 생산 제품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평택 반도체 공장의 생산품목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2017년 상반기 본격 가동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시장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겠다는 것이 삼성의 공식 입장이다. 앞서 권오현 삼성전자 DS(부품)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수요 사장단회의 참석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장상황을 봐가며) 나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평택 공장은 시스템LSI 비중을 높이는 형태로 D램을 함께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라인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예전과 달리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용 장비가 많아져 하이브리드 라인 구축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D램과 시스템LSI의 공정이 유사하기 때문에 투트랙 생산라인으로 유연하게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비중은 시스템LSI가 D램이나 낸드플래시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플래시 메모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택에 추가 라인을 대거 만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현재 D램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으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 삼성이 평택 공장에 대규모 D램을 생산할 경우 자칫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545억 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기억기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D램(462억 달러), 낸드플래시(319억 달러) 등 825억 달러다. 반면 비메모리 부문은 시스템 반도체(2091억 달러)를 포함해 총 2720억 달러에 이르는 월등히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야 하는 삼성의 새 목표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시스템 반도체는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에 사용되는 미래성장동력으로 메모리 비해 그 시장규모도 훨씬 크다”며 “시스템 반도체처럼 기업이 고부가가 첨단 분야서 새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규제를 철폐해 초기 진입을 뒷받침하겠다”고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을 시작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평택 반도체 단지의 생산 제품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4나노 핀펫 공정이 시작되면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에게 빼앗긴 주요 고객사 애플과 퀄컴이 삼성전자로 다시 돌아왔다. 엔비디아 역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파운드리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