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분투자에 불과한 광물공사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MB의 비용’은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볼레오 사업이 부도날 경우 입게 되는 약 1837억원의 손실이 문제되기는 했지만 핵심요인은 아닌 것 같다. 추가 투자 규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최초 계획만으로도 약 4832억원이라는 거액이었고, 이게 차질을 빚으면서 부담하게 된 자금은 거의 5634억원에 가까웠다. 이런 대규모의 자금투자가 정당화되려면 사업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추가로 투입된 자금마저도 부실화하여 더 큰 재앙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사업적 근거가 있었을까 하면 그렇지 않다. 우선 볼레오 사업의 예상수익률은 5.36%에 불과했다. 이는 공사의 해외사업투자 기준 10.31%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수익률 숫자를 조작하는 꼼수를 쓰지 않았다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또 KBC의 민간 주주사들이 공사의 증액사업비 계획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정도로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다. 공사 이사회에서도 리스크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해 경영진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어떤 설명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단서는 당시 정치 지형에서 찾을 수 있다. 볼레오 사업이 사실상 부도 위기에 빠진 2012년 4월은 19대 총선이 끝나고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레임덕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게다가 전년도인 2011년 국정감사에서 부실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국회에서 집중 포화를 받은 바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도 사실이 알려지면 이명박 정부는 책임을 면키 어려웠을 테고 대선 국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당시 광물공사 책임자는 김신종 사장이었다. 그는 TK(경북고 졸업, 경북 안동 출신), 고려대 인맥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2008년에 광물공사 사장에 취임한 인물이었다. 사장 재직 시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자원외교 순방에 여섯 차례나 동행하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의원의 자원외교 출장에도 여러 차례 수행하는 등 MB 측근 중의 한 명이었다.
무모할 정도의 대규모 투자는 이런 배경을 가진 그가 거의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업의 성패보다는 정치적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광물공사의 경영진이 그야말로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책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