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국회의원이 경찰 고위간부의 ‘뺨’을 때렸다는 정황을 전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부터다.
피해 당사자는 경찰이지만, 불똥이 ‘국회의원 사퇴론’을 넘어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향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사건 수사의 축소·은폐 논란이 일면서 이번 일까지 더해져 경찰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정치권의 파상 공세는 물론 심지어 학계·문화계·노동계 등 사회 각계에서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16일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 의원의 고위 경찰간부 폭행사건에 대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묻습니다. 이 폭행 사건은 국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라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경찰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의원의 경찰간부 귀싸대기 사건에 10만 경찰은 무얼 하고 계신가요?”라고 지적했다.
이지안 진보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말 실수도 국격이라는 박 대통령에게 새누리당 의원의 고위경찰 간부 폭행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다. 새누리당 중진의원의 경찰 폭행 사건은 어떤 국격인지 말씀을 해주시라”고 꼬집었다.
이 부대변인은 “국가기관인 경찰을 한낱 하인처럼 부릴 생각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경악스러울 따름”이라면서 “두 말할 필요 없이 새누리당은 즉각 경찰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되자 경찰은 말을 바꿔가며 당시 ‘고성’만 있었을 뿐이라며 애써 감추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급했는지, ‘언론통제’로 비칠 수 있는 경찰의 대응도 문제다.
언론보도를 보면 경찰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알림’ 글에서 후속보도를 옥죄려는 듯한 내용을 담았다.
‘본 사안과 관련하여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 제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엄포를 놨다.
한마디로 국회에서 뺨맞고 언론에 눈 흘기는 격이다.
‘쉬쉬’하려는 경찰을 보면, 지난날의 숱한 과오를 국민이 관대하게 용서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경찰은 지난 5월 국정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찰로부터 서울지방경찰청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 수뇌기관이 같은 수사기관인 검찰로부터 네 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7년 6월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에 이어 2009년 1월 용산참사 수사,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지난해 5월 ‘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에 이은 것이다.
여기에 2010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함바 비리’ 사건으로, 지난 2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구속되기까지 했다.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10만 경찰조직 자존심이 역시 무너진 상태다. 경찰은 그때마다 ‘거듭 나겠다’고 국민에게 사과만 했지 행동으로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과 10만 경찰조직을 ‘갑’으로 생각하면 간단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