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끌던 박찬법 그룹 회장이 30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박찬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7월31일부로 그룹회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3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제5대 회장으로 취임한지 만 1년만이다.
올해 66세의 박 회장은 1969년 ㈜금호로 입사한 뒤 아시아나항공 상무이사와 전무이사를 거쳐 그룹 항공부문 부회장을 역임한 '금호맨'으로 실제 수 개월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며 그룹 측에 사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찬법 회장은 1년 동안 그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주력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신청 등을 통해 무난히 그룹의 정상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사임이 급작스럽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박삼구 명예회장의 복귀설 등 그룹 경영권을 놓고 최근 소문이 빈번했던 만큼 박찬법 회장의 사임 배경에 대해 그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업계에선 전문경영인이 갖는 한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룹이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았지만 여전히 박삼구 회장이 그룹 현안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면서 전문경영인인 박찬법 회장으로써는 그룹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주요 계열사들이 정상화를 위한 길을 가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등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전문경영인'으로써의 역할을 다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삼구 명에회장의 경영복귀 수순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룹측은 "아직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고 채권단과 계열사 사장단과의 협의로 자구노력이 이뤄지게 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려운 위기에 처한 그룹을 조기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구심점 있는 오너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전문경영인체제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 3월부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박 명예회장의 복귀를 재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그룹 내부에서도 전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그룹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박삼구 명예회장의 복귀를 기대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박찬구 회장의 석유화학 부문이 분리된 이후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금호산업의 이연구 당시 사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기존 대주주(박삼구 명예회장)가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 문제는 채권단과의 어느정도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최근 채권단의 강경했던 입장이 누그러지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여 이번 사임에 따른 (박 명예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