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차기 총리에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겸 재무상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신임 총리에게는 환율 방어와 재정안정이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엔화 강세와 거액의 재정적자는 회복 기조에 오르고 있는 일본의 경제를 다시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짧고도 험난했던 8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급격한 엔화 강세에는 제동을 걸었지만 거액의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경기부양책을 약속하면서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한층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간 재무상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 2가지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가 엔화 약세와 재정안정을 위한 소비세율 인상 지지자라는 점이다.
간 재무상의 소신대로 엔화 약세 기조를 정착시킬 경우 기업 실적 호조와 함께 주식시장 분위기도 고무시키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그는 방만한 재정지출을 축소시키는 대신 소비세율 인상 등의 세제개혁으로 재정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의 오카가와 사토시 수석 외환 트레이더는 "엔화 약세 지지자인 간 재무상이 총리가 되면 엔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4년부터 일관적으로 이어진 일본 정부의 방침과 마찬가지로 간 재무상도 시장 개입은 하지 않겠지만 구두 개입과 경고는 더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는 달러엔 환율을 달러당 90엔대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요인에 의한 하방압력때문에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촉발과 함께 맥없이 추락하고 있는 유로화 때문이다.
유로는 유럽발 재정위기에다 지난달 31일 유로존 핵심인사였던 독일의 호스트 쾰러 대통령의 중도사퇴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유로화는 추가 매도 압력이 고조,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수출업체들의 실적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과 함께 재정지출 삭감과 증세도 새 정부에는 민감한 이슈다.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비세율과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표심잡기에 실패해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소비세율을 선뜻 올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간 재무상은 하토야마와 노선을 달리해 지난 2월 열린 G7(7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소비세율 인상 논의 개시를 지시하고 3월에 정부 세제조사회 산하에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 소비세를 포함한 세제 전체의 재검토에 착수했다.
1월에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재정적자와 디플레 압력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데 자극을 받은 것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증권의 모리타 교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간은 일본의 재정개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는 그의 방침에 따라 소비세율 인상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하토야마 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일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다. 이는 국채 가격이 오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 정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이치웅 일본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소비세율과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한 재정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