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자산 매각' 주심 김재형 대법관 퇴임

입력 2022-09-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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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 제도 개선 필요해…정치·입법 문제 법원까지 와서는 안 돼"
후임 오석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연기…공백 장기화 예정

▲김재형 대법관 (연합뉴스)
▲김재형 대법관 (연합뉴스)

김재형 대법관이 퇴임사에서 현행 상고심 제도에 쓴소리를 했다. 늘어나는 상고로 대법관의 업무가 가중되는 현재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고심사제(허가제) 도입을 위한 의견 수렴 중이다.

김 대법관은 2일 퇴임식에서 "대법원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해 의미있는 판결을 내야 한다"며 "상고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에서 해결할 것을 법원으로 가져와 해결하려는 태도도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입법·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의 미비로 사법 작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국회의 늑장 입법도 언급했다. 김 대법관은 "국회의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임에도 제때 법이 제정되지 않아 국민이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하는 등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은 미래의 일을 규율해 지금 법원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면서 "너무 쉽게 문제를 넘기지 않고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날 퇴임한 김 대법관의 후임으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지명됐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여부 논의가 연기됐다.

한편, 김 대법관은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일제 강제노역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현금화 결정 심리를 맡았었다. 김 대법관의 퇴임으로 결정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새 대법관이 취임한 뒤에야 매각 명령 확정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미쓰비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으나 미쓰비시 측은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2019년 법원은 미쓰비시가 가진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강제 절차를 결정했다. 미쓰비시 측은 압류 명령에 불복해 지난해 항고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 역시 자산 압류 조치가 정당하다며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김성주·양금덕 할머니를 위한 총 5억여 원 상당의 특허권·상표권 매각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이번에도 항고와 재항고를 해 사건은 올해 다시 대법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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