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를 집에서 먼 근무지로 보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가 처벌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사용자로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일하던 근로자 B 씨는 2019년 직장 상사 C 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C 씨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 시간을 조절한다는 내용이다.
신고에 따르면 C 씨는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거나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B 씨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A 씨는 신고를 접수하고도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오히려 B 씨의 근무지를 변경했다. 바뀐 곳은 B 씨의 주거지와 거리가 멀어 첫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이 불가능했다. B 씨는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1심은 “피해근로자가 본사를 찾아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 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A 씨에게 청구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논평을 내고 “모든 근로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 조치의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피해근로자는 복직 이후에도 계속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지 못하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사법절차를 통해 사업주의 책임이 확인됐음에도 피해자가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는 사업주의 시정 노력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