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에 미리 찜하자”…장외시장 ‘투자열풍’

입력 2020-10-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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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C, 하루평균 거래대금 51억…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

회사원 정 모(32) 씨는 비상장 주식 거래로 눈을 돌렸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가 상장과 동시에 ‘따상’을 기록하는 걸 보고, 미리 사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서다. 수천만 원의 증거금이 필요없는 점도 장점이다. 얼마 전 크래프톤 주식을 1주당 150만 원 선에서 사뒀는데, 호가 기준으로 벌써 수익을 보고 있다. 늦게라도 IPO 대어라면 미리 투자하는 게 낮다는 설명이다.

공모주 광풍이 장외주식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장외시장은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높은 청약 경쟁률로 공모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투자자들이 상장 전에 일찌감치 주식을 사두는 전략으로 우회하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상장하면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공모가 대비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15일 빅히트는 개장과 동시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당시 시초가 대비 35만100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공모가 13만5000원 대비 160%에 달하는 수익률이었다.

당시 장외시장에서 미리 빅히트 주식을 사두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당시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상장 직전 빅히트 주가는 30만 원 초반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주가에 ‘따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수준이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도 장외시장에서 상장 직전까지 최고가에 거래된 바 있다. 상장 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공모가(2만4000원)보다 3배 이상 높은 7만 원 후반대에서 형성됐다. 통상 장외주식은 코스닥, 코스피 상장 직전일까지 거래할 수 있으며, 증거금이 필요하지 않다. SK바이오팜의 경우, 100% SK 자회사로 장외시장에선 거래되지 않았다.

다음 기업공개 타자 몸값도 최고치를 찍고 있다. 내달 상장을 앞둔 에이플러스에셋의 장외주식 가격은 1만1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 희망가 밴드인 1만500~1만23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IPO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주당 360만 원, 크래프톤은 170만 원 등으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장외주식시장 거래도 크게 늘었다. 장외주식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플랫폼인 K-OTC나 사설 장외시장인 38커뮤니케이션 등에서 거래할 수 있다. 최근 증권사들도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외주식시장(K-OTC)의 올해 들어 16일 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1억46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6억8035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량은 1억8053만 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1억2919만 주) 대비 40% 정도 증가했다.

소액으로 ‘IPO대어’를 미리 낚는 장점도 있지만, 거래량이 적고 정보 비대칭성이 심해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엔 위험요소가 큰 편이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은 “장외주식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투자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거래 과정에서도 주식, 자금 교환이 이뤄지지 않는 등 사기 가능성이 있어 K-OTC, 증권사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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