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평소에 동의했어도, 잠든 연인 몰래 신체 촬영하면 성범죄”

입력 2020-08-0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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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인의 동의를 받고 신체 부위를 촬영했어도 나체로 잠든 사진을 몰래 촬영했다면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 씨는 2017~2018년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 B 씨의 몸과 얼굴을 수차례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가 사진 촬영 전 B 씨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A 씨가 평소 B 씨의 신체 부위를 자주 촬영했고, B 씨는 이에 대해 명시적인 거절 없이 종종 동의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평소에 명시적ㆍ묵시적 동의로 많은 촬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A 씨가 평소 B 씨의 묵시적 동의를 받고 사진을 찍은 점은 인정했지만 나체로 잠든 사진 촬영까지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가 깨어 있을 때 찍은 사진과 잠들었을 때 찍은 사진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B 씨가 깨어 있을 때 찍은 사진은 주로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것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이지만 잘 때 찍은 사진은 얼굴을 포함해 전신이 드러난 사진이었다.

재판부는 “잠든 나체 사진은 B 씨가 특정될 수도 있는데 이를 당연히 동의했으리라고 추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 씨의 행위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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