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코로나발 경제 위기 대응 배드뱅크 설립 추진

입력 2020-04-20 11:18 수정 2020-04-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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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부실채권 처리 목적…코로나가 또 다른 유럽 재정위기 촉발할 위험

유럽중앙은행(EC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제2의 유럽 재정위기를 막고자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ECB는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의 고위급 협상에서 은행권의 재무제표에서 막대한 규모의 악성 부채를 제거하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NPL)을 양산해 새로운 재정위기를 촉발할 것이라는 불안에 ECB 고위 관리들이 배드뱅크 설립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NPL은 주로 3개월 이상 원리금이나 이자 상환이 연체된 은행의 무수익 여신을 뜻한다.

ECB와 달리 EC는 주주와 채권자들이 은행의 손실을 어느 정도 떠안은 이후에나 국가적 차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는 유럽연합(EU) 규정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배드뱅크 설립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C 고위관리들은 부실채권을 다룰 더 나은 방안이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FT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ECB와 집행위원회의 고위급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EU 측이 배드뱅크 진행을 차단한 상태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EC가 팬데믹의 마지막 단계에서 배드뱅크를 도입하는 것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은행감독청(EBA) 청장이 2017년 초 EU 배드뱅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당시 EC 측은 정부 국제금융 관련 규정에 저촉된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엔리아 청장은 코로나 사태에 이 안건을 다시 꺼내들었다고 FT는 전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 겸 ECB 정책위원도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위기에서 얻은 교훈은 오직 배드뱅크만이 빠르게 부실채권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배드뱅크는 유럽이나 국가 차원 모두 상관없다. 신속하게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스 은행들은 전체 대출의 약 35%가 부실채권이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 악성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그리스는 2010~2015년 재정위기로 유로존에서 이탈하기 일보 직전 상황까지 몰린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됐다.

그리스는 지난 4년간 부실대출을 약 40% 줄였다. 또 그리스 4대 시중은행은 320억 유로(약 42조 원)에 달하는 부실대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 은행권 전체 부실채권의 약 절반을 털어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이 모든 은행정상화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스투르나라스 총재는 “은행권 재무구조를 고치는 최선의 방법은 이제 배드뱅크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내 121개 대형은행의 총 부실채권은 5060억 유로로, 4년 전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 비율은 현재 약 3.2%다. 그러나 그리스 이외에도 키프로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로 타격을 강하게 받았던 남유럽 국가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최소 6% 이상이라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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