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와해시킨 법무부의 인사 태풍이 휩쓸고 간 서초동 검찰청 주변에는 무거운 공기가 느껴진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9일 오전 9시 20분께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했다. 윤 총장은 전날 측근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단행된 것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평소처럼 전용차 타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집무실로 향했다.
이날 윤 총장이 탑승한 차량은 대검 정문을 통과한 뒤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특별한 일정 없이 평소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검도 이번 인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와 신경전을 벌이며 기자단에 반박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던 검찰은 저녁께 인사가 발표되자 침묵했다.
전날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통해 대검 강남일 차장검사, 한동훈 반부패ㆍ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된 지휘 라인을 뿔뿔이 흩어놨다.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조상준 형사부장, 문홍성 인권부장 등도 자리를 옮기는 등 7명의 참모진(검사장)이 교체되면서 사실상 윤 총장의 수족이 모두 잘려나갔다. 이번 인사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총장의 향후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평소 “수사로 말하겠다”던 윤 총장의 성격을 고려하면 인사와 관계없이 진행 중인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다.
윤 총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검찰총장으로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법무부는 전날 인사에 대해 “그동안 공석이나 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인사”라며 “일선 검찰청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온 검사들을 발탁했고,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 보호 및 형사ㆍ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우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