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업계의 침묵은 스스로 조용하다기보다 ‘침묵당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카드노조는 이런 상황에 반발해 지난달 12일 금융위원회에 사후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총파업을 전제로 △레버리지율 완화 △대형 가맹점 수수료 하한선 설정 △부가서비스 철폐를 요구했지만 한 달째 금융위는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비공개로 머릴 맞대기 시작했지만, 공개적 성과 발표는 지금까지 없다.
“카드사가 신상품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신청하면 죄다 보류당하고 있다. 논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금융당국과의 논의사항을, 알려 드리고 싶지만 곤란한 상황이다.” 복수의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런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침묵이 계속되는 데 혼란함을 토로했다. 애당초 어그러진 한 해 경영계획은 물론 당장 사업을 위한 카드 한 장 내지 못하는 카드사의 입장은 난처할 뿐이다.
금융당국이 더는 입을 닫아선 안 된다. 카드업계 종사자는 최대 10만 명에 이른다. 10만 명의 직접 생계와 경제활동을 하는 국민이 모두 금융당국의 입이 떨어지기만 바라고 있다. 미국 문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흙처럼 침묵에도 각기 다양한 깊이와 비옥함이 있다. 침묵은 인간이 소멸한 사하라 사막일 수도, 서부의 대초원이나 비옥한 땅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침묵은 비옥한 침묵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