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란 공유지가 시들고 있다. 보험사기 때문이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상반기 적발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4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2016년과 2017년 상반기 적발금액은 각각 3500억 원과 3700억 원 수준이었다.
“보험사기는 늘 그 자리에 비슷한 규모로 있었습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늘어난 건 더 많이 잡았기 때문이에요.” 한 보험사기 조사관의 토로다.
실제로 보험사기 범죄자는 해마다 줄어들지만, 적발금액은 꺾일 줄 모른다. 소수의 전문 사기집단이 보험이란 공유지를 갉아먹는다는 뜻이다. 민간 보험연구단체는 보험사기 규모를 연 5조 원으로 추산했다. 조사관은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10조 원에는 광의의 보험사기도 포함된다. 작은 접촉사고에도 무조건 입원해 진료비를 타내는 행위, 불필요한 한방치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받는 행위도 작은 사기행위다.
공유지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 보험이란 인공 초원을 유지하는 건 우리가 낸 보험료다. 목초지나 어장처럼 자연 공유지는 사라질 수 있지만, 보험은 보험료 인상으로 계속 유지된다. 매년 오르는 보험료의 이면에는 보험사기범의 큰 범죄와 평범한 개인의 작은 일탈이 섞여 있는 셈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용자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자율적으로 감시하고 규제하는 방법뿐이다. 국가의 강제성이나 시장의 자율성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지 못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황폐화를 막아야 한다. 지금도 보험사기는 현재진행형이다.